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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사회적기업]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이 뭐죠?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입니다. 이번 첫 회에서는 최근 쏟아지는 관심에 비해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사회적 기업의 개념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 합니다.
세계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인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SK그룹 초대로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요. 그는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무담보 소액대출’이란 사업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한 인물이죠. 그라민의 사례처럼 사회적 기업이 어떻게 혁신적인 활동을 하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번 연재를 통해 보시게 될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앞으로 이야기할 사회적 기업은 우리나라 고용노동부가 제도적으로 인증, 지정하는 사회적 기업과는 차이가 있음을 먼저 밝힙니다.
 

우리나라는 특별하게도 어떤 기업이 사회적 기업인지 정부에서 심사하는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지요.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 주주나 소유자를 위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이를 위해 이윤을 사업 또는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하는 기업”.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정책을 펼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이야기하는 사회적 기업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옛날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 사회문제, 대안은 없을까?

 
 
사회적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게 된 환경을 먼저 살펴볼까요. 조금만 둘러봐도 세상에는 사회적 문제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한 백신 접종 한 번이면 나을 수 있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너무 많고, 우리는 수도를 틀고 바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어떤 곳에서는 몇 시간을 걸어야 닿는 우물에만 있는 귀한 자원이기도 합니다. 선진국에도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 하우스푸어, 반값 등록금, 환경오염, 에너지 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지요. 이러한 문제들은 역사적으로 그 모습이 달라졌을 뿐 계속 존재해왔기에 그리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사회적 기업-채리티워터

깨끗한 물이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는 귀한 자원이듯, 세상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접근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은 누구의 몫이었나요?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회 문제를 보면서 정부나 사회복지 단체, 비영리 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느끼신 적 있으시죠? 네, 우리는 흔히 사회 문제 해결이 정부나 비영리 단체의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집행할 때는 하나의 사안에도 수많은 이해관계나 법적인 절차가 걸려있어 일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너무나 많습니다. 비영리 단체는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의 기부자들에 의존하다 보니, 후원을 요청하고 기부자들을 관리하느라 정작 미션을 달성하는 활동에 소홀해지기 쉽고요.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는 싶지만, 정부나 비영리 조직의 한계가 있음을 파악한 사람들은 바로 비즈니스, 즉 기업적인 활동을 해결책으로 택합니다.
 
 

비즈니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더 큰 이익도 얻는다

 
 
‘기업=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웬 ‘비즈니스’인가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어디서 나오는지 생각해 볼까요? 결국 기업 역시 사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름이 없죠. 쉬운 예로 생활에 필요한 치약처럼 상품과 서비스는 우리가 겪을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기업은 원래부터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존재의 이유를 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에 혹은 더 좋은 품질로 제공할지 고민하며 발전해왔습니다. 주로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정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문제 해결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통적인 접근 방법인 정부나 비영리 조직을 통해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기업-안과병원

아라빈드 안과 병원는 인도에서 수술비가 없어 시력을 잃는 환자들을 위해 맥도날드식 경영 방법으로 진료와 수술 방식을 대량화, 표준화하여 환자의 60%를 무료로 진료하면서도 40%가 넘는 영업 이익률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같은 시간에 기존 병원의 6배에 달하는 시술 속도를 가능케 한 ‘환자 대기 수술 과정’

 
 
이러한 사람들을 우리는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라 일컫고, 이들이 만드는 조직을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 합니다. 1980년 빌 드레이튼(Bill Drayton)이 설립한 미국의 아쇼카(Ashoka)를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가라는 개념이 정의되고 널리 확산되었는데요. 아쇼카는 두 발로 방방곡곡을 다니며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이들을 발굴해 자금과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설립자 빌 드레이튼은 사회적 기업가란 ‘굶주리는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아니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아닌, 어업이라는 산업 자체를 바꿔 물고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이라고 강조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전의 핸드폰보다 그저 ‘더 좋은’ 폰이 아닌 아이폰을 내놓아 피처폰 산업을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혁신했던 것처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그와 같은 혁신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바로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사회적 기업. 기업이 돈만 버는 것도 어려운데 사회적 기업은 결코 만만한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바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버드, 스탠퍼드, 옥스퍼드 같은 선진국의 명문 대학교에서는 세계가 겪고 있는 금융 위기와 경제 불황이 학교에서 올바른 리더를 길러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하고 있고, 따라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수업과 학위 과정을 앞다투어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육 기관이 움직이면서 사회적 기업가들이 배출되고, 이들의 잠재력과 활동에 투자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유익한 가치를 수익으로 거두는 금융과 자본도 등장했고요. 명문 MBA를 졸업한 학생들 중 다수가 이제는 투자 은행과 컨설팅 회사와 같은 돈을 많이 버는 회사에 취업하는 대신, 사회적 기업을 직접 창업하거나 이들을 위한 투자 회사에서 일하고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미국의 젊은 지성들이 몰두한 영역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1960년대에는 반전 시위와 인권 운동에, 1980년대에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기술을 소비하는 방식을 혁신한 기업에 주목하였고, 21세기에는 사회적 기업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그는 해석했죠. 젊은 세대가 향하는 영역에서 경제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나왔듯, 앞으로는 사회적 기업 영역이 미래의 주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이들의 사고가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직업을 원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외에서 사회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적 기업 군단이 등장하고 있는 지금, 사회적 기업 영역은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라기보다는, 기업에서 돈을 버는 방법이 이제는 ‘사회적’인 요소를 외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이 어디에서 오는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권 착취나 환경 파괴가 있었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있고, 투자자들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들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또한 요즘 인터넷, SNS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에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데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기업의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 활동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 영역을 지원하며 사회 문제로 눈을 돌리는 현상도 단순히 ‘착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잘 벌기 위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